심사를 마치고
심사위원장 김승곤
우리의 땅과 자연을 터전으로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
제2회 「동오미농사진공모전」은 지난 1월 초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에서 치러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불필요한 바깥나들이를 자숙하는 분위기 때문에 사진 활동이 위축되어 응모율도 현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지난해의 두 배가 훨씬 넘는 1,350점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이는 「동오미농사진공모전」에 대한 사진가들의 높은 관심과 위상이 확실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응모작은 김녕만(사진가, 월간 ‘사진예술’ 전 발행인), 양종훈(사진가, 상명대 교수, 한국사진학회장), 김홍희(사진가, 저술가), 이재구(동강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경성대 교수), 김승곤(사진평론가, 순천대 전 석좌교수)가 심사를 맡았으며, 정부 시책에 따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심사에서 걸러진 150점을 대상으로 한 2차 심사에서 50점으로 압축된 작품 가운데, 최종적으로 36점이 입상과 입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제2회 「동오미농사진공모전」에서는 박경용의 「밭갈이」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예로부터 고된 농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와 쟁기를 모는 나이 든 농부의 모습을 통해서 오래 동안 자연과 한몸이 되어 살아온 전통적인 농촌의 삶의 일면을 현장감 넘치는 카메라워크로 박력 있게 잡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힘든 노동과 오랜 기다림 끝에 은혜로운 자연과 땅이 베풀어주는 수확의 기쁨은 농민에게 있어서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최우수상으로 뽑힌 고영훈의 「꿈나무」와 정인호의 「일은 즐거워요」에는 그런 기쁨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사진을 보는 사람의 눈길을 잡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정직한 힘이 있습니다.
우수상을 받은 추성원의 ‘기념촬영’, 한유진의 ‘밭갈이’, 그리고 기술적인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김현준의 ‘하부지 나 잘 하고 있제’도 농촌과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진가의 따뜻한 애정과 깊은 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진솔한 작품들입니다.
지난 해에 비해 응모작의 숫자는 물론, 작품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입선작 가운데에서 특히 김은혁의 「농부의 슬픔」, 박호광의 「숨 쉬는 땅」, 김현희의 「수확의 기쁨」, 박우택의 「밭갈이」, 신공범의 「농촌의 전사들」, 이재훈의 「모내기하는 농부」, 임철민의 「전투 중」, 조규섭의 「토란 수확」, 조은희의 「산골에서 노부부가 살아가는 법」 등은 상위권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카메라와 이미지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거나, 아무나 쉽게 찍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작품들도 많았습니다만, 심사자들은 사진의 기량보다도 이 공모전의 취지에 맞추어 우리의 땅과 자연을 터전으로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 그리고 농업과 먹을거리의 미래에 대한 사진가의 생각이 얼마나 잘 드러나 있는가에 더 무게를 두고 작품을 골랐습니다.
「동오미농사진공모전」은 사진이라는 영상미디어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우리의 농촌과 농민, 농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넓히고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제정된 의미 있는 공모전입니다. 수상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축하 드리며, 내년의 세 번째 공모전에서도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